[나인스타즈=박소연 기자] 사라진 아들과 날아든 고지서
어렸을 때부터 유독 사람들을 좋아하고 잘 따랐다는 아이.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스무 살이 된, 부모에겐 아픈 손가락이었다는 백지원 군. 줄곧 특수반에서 공부하며 중등도 지적장애 진단받긴 했지만, 고3 때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특유의 성실함과 붙임성으로 예쁨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자립을 준비해가던 지원이가 돌연 지난해 10월 실종됐다. 매일 어머니와 통화를 할 정도로 다정했던 아이가 어느 날 외출한 후 돌아오지 않았고, 1년째 연락이 아예 끊겨버렸다.
성인이 된 지원이가 그저 가출한 것일까? 그런데 올해 초부터 집으로 고지서들이 날아오기 시작하며 상황은 심각해졌다. 지원이 명의로 전세자금 1억 원이 대출돼있었고, 연체된 이자만 160만 원에 달했다. 여기에 통신요금 500여 만 원, 휴대전화기 3대 할부금까지 총 1억1천만 원이 넘는 돈이 연체돼 있었다. 가족들은 지원이가 스스로 대출을 받을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범죄를 노린 이들에게 지원이가 납치를 당했거나 이용당하고 있는 게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이상한 동행인 최 씨의 등장
”영상통화를 했는데 ‘같이 있는 사람은 자기 친구다.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나오게 됐다’라고 하더라고요.“- 경찰 관계자
지난해 10월 12일, 가족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어렵게 백지원 군과 연락이 닿았다. 당시 지원이는 서울의 한 모텔에서 친구 최재훈(가명)과 함께 있다며 경찰과 영상통화를 했다고 한다. 경찰이 계속 찾을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겠다며, 실종이 아닌 자발적 가출임을 주장했다는 지원이. 그런데 그로부터 1달 뒤 지원이 번호로는 더 이상 연결이 되지 않았고, 함께 있던 최 씨도 번호를 바꿔 잠적해버렸다.
지원이는 왜 갑자기 가족과 연락을 끊었던 걸까? 그런데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원이와 함께 있던 최 씨는 나이만 동갑일 뿐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는 아니었고, 범죄와 관련된 이유로 수배 중인 인물이었다. 제작진이 최 씨의 가족을 만나 보니, 최 씨 또한 1년 전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경찰서로부터 최 씨가 전세대출 사기에 연루돼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가족들. 집으로 각종 대출 연체 고지서가 날아들고 있는 상황이 지원이와 같았다.
수상한 목격자와 실종의 배후를 추적하라
“안녕하세요, 지원이 어머님 되시죠?지금 아들이 다시 잡혀갔는데, 해결하려면 전화주세요.“- 양동민(가명)
영상통화가 있었던 얼마 뒤, 한밤중에 지원이 어머니에게 낯선 번호로 한 통의 문자가 전송됐다. 급히 할 말이 있다고 연락해 온 의문의 인물 양 씨는 강원도 원주의 한 찜질방에 지원이와 함께 있다고 주장했다. 지원이를 붙잡아두었으니, 어머니에게 데리러 오라고 한 양 씨. 그런데 얼마 뒤 지원이가 사라졌다며 잠깐 사이 다른 남자들이 지원이를 데리고 간 것 같다고 알려왔다. 찜질방에서 지원이를 붙잡아뒀다는 목격자 양 씨는 누구이고, 지원이를 데리고 사라졌다는 또 다른 남자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백지원 군 실종 전 세 달간의 휴대전화 금융 앱 접속 기록을 토대로 그의 이동 동선을 지리적으로 프로파일링 해본다. 이를 통해 대출사기에 연루된 걸로 보이는 백지원 군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하고, 그의 곁을 맴도는 유령들의 정체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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