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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저마다 다른 존재에서 찾은 재미…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아름다운 음악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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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스타즈=이지은 기자] “신이여 허락하소서.” 스스로 실험의 객체가 되기로 결심한 지킬이 물러설 곳은 없었다. 부족한 점 없이 자랐지만, 정신 질환을 앓고 계시는 아버지의 존재.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아버지와 환자들을 위해 시작한 지킬의 연구는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사람의 선과 악을 분리해내는 위험천만한 실험에서 신은 어떠한 운명을 허락할까.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흥미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다.

작품은 19세기 런던 이중적인 사회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다. 1886년 영국에서 발간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각색된 극은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첫선을 보이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뛰어난 고찰로 작품을 성공으로 이끈 연출가 스티브 구덴과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그리고 작가 레슬리 브리커스는 스릴러에 집중한 원작과 달리 지킬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건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2004년 국내에 처음 공연된 작품은 과감히 캐릭터의 수정과 각색이 가능한 ‘논 레플리카’ 제작 방식을 선택해 기존의 뮤지컬과 차별화를 이뤘다. 공연은 현재 누적 회차 1,500회 평균 객석 점유율 95%,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그 자리를 당당히 지켜내고 있다.

아홉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이번 프로덕션에는 그동안 ‘지킬앤하이드’에 참여했던 주역 배우인 박은태, 전동석, 선민, 해나, 조정은, 이지혜를 비롯 새로운 캐스트 카이, 최수진 등 참여한다. 시즌이 거듭되더라도 변함없는 건 작품의 아름다운 넘버다. 특히 뮤지컬을 즐겨보지 않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는 조승우가 불러 더욱 유명한 노래로 알고 있는 노래였지만, 실제로 극장에 울린 ‘지금 이 순간’를 마주했던 순간은 더없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인간의 이중성을 분리하는 실험을 진행하는 지킬박사는 ‘지킬앤하이드’의 주된 인간의 이중성을 각기 다르게 보여줘야 했는데, 지난 시즌 같은 역할로 활약했던 전동석이 또 한 번 두 캐릭터의 이면을 잘 보여줬다.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또 다른 인격을 설득해야 하는 그의 연기는 객석에 짜릿한 전율을 전달했다. 선과 악을 오가는 매끄러운 지킬과 하이드의 흡입력 있는 표정과 목소리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 이 장면은 작품의 얼굴과도 같은 대표적인 장면이라 손꼽을 수 있겠다.

제공: 오디컴퍼니

아름다운 넘버만큼이나 무대 역시 압도적이다. 지킬의 정체성을 확연하게 보여줘야 하는 실험실에 표현된 세심한 디테일은 공연장 천장을 닿을 듯한 높은 실험 선반 등 압도적인 모습을 자랑했다. 그만의 공간에서 자신을 실험하며 변화되는 인간의 이중성의 모습에는 대조적인 조명 장치로 설득력을 더 한다.

선한 지킬 박사의 배려에 호감을 느끼는 인물 루시를 그려낸 해나의 가슴 아파하는 모습에 서는 마음이 동요된다. ‘당신이라면’넘버로 마음을 흔들었다면, 하이드에게 상처 받은 한 여성의 내면은 ‘시작해 새 인생’으로 표현, 극악하다 싶을 정도로 치솟는 고음 표현에 마음 만큼은 시원하게 뚫리고 만다.

지킬 박사와 연인 사이인 엠마는 차분한 사랑을 보여준다. 배우 조정은이 연기한 엠마의 풍성한 성량은 큰 자랑으로 보였고 순간의 슬픔을 안은 듯한 내면의 연기에 객석은 반하고 만다.

무차별한 살인을 저지르는 악인의 하이드 모습에서는 스릴러를. 아픈 이들을 위한 지킬 박사의 그 선택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확연히 다른 둘이지만 저마다 다른 존재는 인간의 내면과 본능에 대해 증명해 보이는 듯했다. 잔혹하지만 아름답게 인간의 선과 악을 구현한 ‘지킬앤하이드’는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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