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0 금요일 03:44 오후
26 C
Seoul

TV 시네마 <사이렌> 최진혁-박성연-구자성-조달환, 죽음의 코앞에 선 이들의 생생한 공포

날짜:

Print Friendly, PDF & Email

[나인스타즈=박소연 기자] TV시네마 ‘사이렌’이 현대 사회에 숨겨진 비극을 첨예하게 보여주며 긴 여운을 남겼다.

12일(어제) 방송된 UHD KBS 드라마 스페셜 2021-TV시네마 ‘사이렌’(연출 안준용 / 극본 고우진)에서는 작은 마을을 둘러싼 충격적인 진실을 파헤치는 ‘진땀 유발’ 스토리가 그려졌다.

‘사이렌’은 수많은 탱크가 자리 잡은 소음 처리 시설 ‘노틱웨이브’의 위압적인 전경과, 철새들이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기이한 장면으로 시작부터 시선을 고정시켰다. 여기에 두 눈을 부릅뜬 채 엽총에 맞아 사망한 오 과장(조달환 분)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스산한 아우라를 풍기는 작은 마을의 이야기에 궁금증을 높였다.

이어 경쾌하게 ‘노틱웨이브’를 광고하는 서혜선(박성연 분)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소리에 대한 열띤 강의까지 펼치던 그녀는 초강력 음파를 이용해 뇌를 파괴하는 신무기 ‘소닉건’을 선보이며, “(이 총에 맞고 죽지 않으려면) 귓속의 고막을 터트려야 한다”라고 해맑게 설명해 섬뜩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자아내기도. 이곳에서 자살한 오 과장 자리에 지원한 최태승(최진혁 분)과 선배 서혜선의 묘한 첫 만남이 이뤄졌다.

최태승은 국무총리가 초청되는 ‘노틱웨이브’ 창립 3주년 기념식까지 마을 지원금 문제를 해결해 승진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공장장 김영식(류태호 분)과 농장주 박동규(구자성 분)의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던 중 “너도 그 인간 꼴 안 당하려면 처신을 잘 해”라고 자신을 협박하는 김영식과, “사람이랑 동물도 구분 못 하고 아무한테나 총질한 게 누군데?”라며 동료 라쉬(안코드 분)와 티격태격하는 박동규를 본 최태승은 보상금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오 과장을 살해했을 수도 있다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마을을 탐색하던 최태승은 사크시(서지완 분)가 뇌전증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해 그와 함께 병원으로 향하게 됐다. 이어 그의 소지품에서 오 과장의 녹음기를 발견했고, 내부 정보가 모두 유실되었다는 소식에 컴퓨터공학과인 박동규를 의심하기도. 그러나 최태승은 급작스럽게 자신의 집을 습격한 박동규와 치열한 추격을 벌인 끝에 뜻밖의 진실을 맞닥뜨렸다. 과거 라쉬가 실수로 오 과장에게 최루액이 든 가스총을 쐈고, 오 과장이 현장 영상을 들먹이며 이들을 협박을 해왔다는 것. 최태승은 그의 수상한 행동들이 그저 범행이 발각될 수 있다는 ‘공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차렸다.

결국 최태승은 별 수확 없이 3주년 기념식을 맞이했으나, 소름 끼치는 반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주한미군 폭격장 근처에서 살던 서혜선이 폭격장 퇴출 시위 도중 사망한 아버지와, 폭격음에 시달리다 자살한 어머니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또 다른 선배에게 듣게 됐다. 이어 자신의 집 앞에 계속 세워져 있던 자전거가 옆집의 것이 아니라는 경비실의 이상한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집으로 향한 최태승은 냉장고 문에 붙어있던 고무 패킹 속에서 의문의 USB를 발견, 이를 통해 모든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며 극에 달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USB에는 마을 주민들의 약점을 잡아 돈을 수거해가던 오 과장이 서혜선의 은밀한 음모를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살해됐다는 정황이 담겨있었다. 서혜선은 음파 폭탄으로 폭격장 건설을 감행했던 국무총리는 물론, 온 세상까지 파멸시키려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었다고. 서혜선은 패닉 상태가 된 최태승 앞에 나타나 소닉건을 쐈고, 감당할 수 없는 소음에 몸부림치던 그는 살아남기 위해 연필로 자신의 고막을 찔러 소름을 유발했다. 최진혁의 불안정한 호흡과 처절한 눈빛은 죽음의 문턱에 선 최태승의 두려움을 극대화하며 보는 이들의 숨을 멎게 했다.

서혜선은 음파가 유출된다는 구조적 결함을 은폐하는 ‘노틱웨이브’와, 오 과장의 죽음을 마을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몰아가는 사회, 가족과 자신의 청각까지 앗아간 정권에 대한 환멸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초점 잃은 동공으로 미친 듯이 울분을 토하면서도, 후유증으로 인한 굉음에 몸부림치며 ‘죽음의 고통’을 피부로 와 닿게 한 그녀는 결국 베란다 난간을 뛰어넘어 추락하며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모든 전말을 알게 된 최태승은 진실을 알리려 했지만, 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걱정하며 사건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이들은 음파 폭탄 설치 범행을 컴퓨터공학과 박동규에게 뒤집어씌웠고, 씁쓸한 현실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회사를 떠나는 현실적인 선택밖에 없었다. 이어 새까만 철새 떼가 ‘노틱웨이브’의 소음에서 파생된 전염병을 떠안고 서울로 날아가는 기이한 장관이 펼쳐진 뒤,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뉴스 보도가 흘러나오며 여운 깊은 결말을 장식했다.

이렇듯 ‘사이렌’은 이기심에서 비롯된 참극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SF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참신한 장르와, ‘소음공해’라는 친숙한 소재의 완벽한 믹스매치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날카로운 메시지를 건네기도. 또한 ‘노틱웨이브’의 비정한 외관부터 소름 끼치는 소음까지 생생하게 구현한 연출, 격한 감정의 파동을 고스란히 전달한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열연이 더해져 시청자들의 마음을 깊이 파고든 ‘고퀄리티’ 극을 완성했다.

오는 19일(금) 밤 11시 25분에는 UHD KBS 드라마 스페셜 2021의 첫 번째 단막극 ‘딱밤 한 대가 이별에 미치는 영향’이 방송된다.

0 0 votes
Article Rating
Subscribe
Notify of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Popular

You May Like
Related

박서진‧박지현‧김희재, 11월 16일 자선 콘서트 ‘오구오구’ 개최…수익금 일부 자립준비청년 위해 기부

 박서진, 박지현, 김희재가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콘서트를 개최한다. 박서진, 박지현, 김희재는...

‘보컬의 神’ 이승철, ‘불후’ 뒤집어 놨다! ‘불후’ 사상 최강 라인업! 

 KBS ‘불후의 명곡’에 ‘보컬의 신’, ‘라이브의 황제’ 등 수많은 수식어를 가진...

‘나쁜 기억 지우개’ 2회 남기고 진세연 위기! 해피엔딩 or 새드엔딩 ‘시선집중’

  MBN 금토 미니시리즈 ‘나쁜 기억 지우개’ 진세연의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담긴 스틸이...

MBC ‘나 혼자 산다’ 안재현, 엄마 표 녹두전부터 시장 모둠전 부치기!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안재현이 엄마 표 녹두전부터 시장...
0
Would love your thoughts, please comment.x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