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스타즈=위수정 기자] 아이돌에서 ‘얼굴 천재’라고 하면 차은우가 있듯이 뮤지컬에서 ‘얼굴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배우가 있다. 바로 전동석이다. 전동석하면 ‘노래 잘하고 곱상하게 잘생긴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그에겐 엄청난 반전이 있었다.
‘충북예고의 강동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고등학생 전동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를 진학 후 해병대를 자원입대해 경연대회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들의 시대’를 불러 포상 휴가를 따냈다. 이 사건은 앞으로 전동석 인생의 밑밥(?) 같은 거였을까. 마치 평행이론처럼 전동석은 2009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뮤지컬 배우로 데뷔를 했다.
전동석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더 라스트 키스’ 등 대극장 위주의 굵직한 작품에서 수려한 외모와 걸맞게 귀족, 황태자, 왕자 등을 연기해왔다. 이제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좀 다르게 쓰고 싶어진 걸까. 3월부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선과 악의 극과 극을 보여주는 파격적인 시도를 시도한 그가 이번에는 뮤지컬 ‘헤드윅’을 선택했다.
뮤지컬 ‘헤드윅’은 한국에서 공연 15년째를 맞이하며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간 스테디셀러 작품으로, 캐릭터 포스터가 공개되었을 때 “전동석이 헤드윅이라니! 상상이 안 된다”,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등의 뮤지컬 팬들의 설렘과 걱정이 섞인 기대가 있었으나, 동드윅 (전동석 헤드윅)의 공연이 올라간 후 관객들의 걱정은 온데간데없고 넘칠 듯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뮤지컬 ‘헤드윅’은 작품의 대부분을 ‘헤드윅’이 혼자 끌고 가기 때문에 배우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다. 전동석 헤드윅의 첫 등장은 강렬했다. 객석 뒤에서 핑크색 가발과 화려한 옷을 휘두르며 관객들에게 재기발랄하게 끼를 부리며 나오는 모습은 앞으로도 잊히지 않을 거 같다. 극에서 과거의 상처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다가 ‘The Origin of Love’, ‘The Angry Inch’, ‘Wig in a Box’ 등 뮤지컬 ‘헤드윅’의 넘버를 열창하는 모습은 전동석의 풍부한 성량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악을 전공한 전동석이라 과연 로큰롤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는데, 뮤지컬 ‘헤드윅’을 보면서 어쩌면 전동석은 ‘헤드윅’이 정말 하고 싶었던 배우가 아닐까 묻고 싶었다.
“당신, 솔직히 말해봐. ‘헤드윅’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지?”
그만큼 전동석은 자신만의 헤드윅으로 완벽하게 변신해있었다.
‘나의 반쪽은 누굴까?’라며 여러 번 되물으며 자신의 반쪽이라고 생각했던 옛사랑들을 떠올리는 헤드윅. 반쪽을 찾아 헤매다가 마지막에 가발과 옷을 벗고 무대 뒤로 퇴장하는 헤드윅. 그 나머지 반쪽은 결국 오롯한 나 자신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돌고 돌아 마지막에 찾은 내 본연의 모습 말이다.
전동석의 헤드윅은 파격적인 시도만큼 관객들이나 배우 자신에게도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극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 모습을 보고 박수치지 않을 관객이 어디 있을까. 헤드윅의 반쪽은 전동석이 아니었을까 감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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