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뮤지컬의 신화 ‘레드북’
-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극본상, 작곡상 등 4관왕
-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
- 숨죽여보다 배꼽 잡고 웃게 되는 유쾌한 뮤지컬 ‘레드북’
- 차지연X송원근X김국희 페어 관람 리뷰
[나인스타즈=양서영 기자] 조금 당혹스러운 그러나 지켜보다 보면 유쾌함에 빠져들게 되는 관객을 거침없이 붉게 물들이는 뮤지컬 <레드북>!
진지한 듯 유쾌하고 가벼운 듯 무겁게 진행되는 쾌활한 스토리 진행과 소리가 꽉 찬 앙상블들의 하모니가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즐겁게 만든다.
뮤지컬 <레드북>은 여성인권이 낮아 개인 재산의 소유도, 글을 쓰는 직업도 당당히 가지지 못했던 시대 배경 속에서 ‘성인소설’을 연재하는 주인공 안나(차지연 배우)의 사랑과 극복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변호사 ‘브라운’이 ‘안나’를 찾아다니면서 시작한다. 그는 그녀에 대한 괴소문을 듣게 되지만 멈추지 않고 그녀를 찾아다니는데, 그의 조부모 ‘바이올렛’이 유산의 일부를 ‘안나’에게 물려주게 되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정직하고 매너 있는 ‘신사’의 서약을 한 ‘브라운’은 ‘안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그녀에게 잘해주려 노력한다.
처음 ‘안나(차지연)’가 올빼미를 부르며 울부짖을 때는 조금 당혹스러웠으나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과감한 행동들이 점차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브라운이 당황스러워하면서 이해하진 못해도 안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듯 관객들도 점차 레드북의 매력과 안나역을 맡은 차지연 배우의 연기에 흠뻑 빠져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당시 시대적으로 여성을 억압하고 희롱하며 편견에 휩싸여있어 자칫 불쾌하게 느껴질법한 남성 캐릭터들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통쾌하게 묘사해서 관람 내내 관객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전체적인 큰 스토리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억압당하던 여성들의 행동과 소리로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이해하지 못해도 공존할 수 있고 나중에는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섬세한 메시지 또한 담겨있었다. 여성 서사의 뮤지컬이라 너무 진지하고 의미 깊기만 하다고 생각했다면 그 걱정은 내려놔도 좋을 것 같다. 연인끼리 보러 가도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뮤지컬 <레드북>. 주인공은 ‘성인소설’ 작가지만 그 수위의 정도는 적절한 선을 넘나들며 유쾌하고 비교적 건전한 성 드립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이날 캐스트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도로시’와 ‘바이올렛’역을 열연한 김국희 배우였다. 전달력이 뛰어난 딕션과 호소력 깊은 목소리, 그리고 능글맞은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평소에도 좋은 실력으로 뮤지컬 팬들에게 ‘딕션 장인’으로 유명하다.
주인공 ‘안나’의 활발하고 개성 있는 색채는 차지연 배우의 크고 늘씬한 체구와 시원시원한 발성으로 통통 튀게 묘사했다. 매너 있는 변호사 ‘브라운’역의 송원근 배우는 누가 봐도 주인공 다운 큰 키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허당미를 보여주며 캐릭터를 유쾌하게 살려냈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모두 좋았지만 극중 제일 흥미로웠던 ‘캐릭터’는 바로 ‘로렐라이’였다. 그는 미망인 복장을 하고 있는 남성 캐릭터로 극 중후반부에 단순히 여자가 되고 싶어서 여장을 하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죽은 연인인 ‘로렐라이’를 그리워해 그녀의 유지를 이어받아 여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로렐라이 자체가 되어 살아간다는 게 그가 여장을 하고 살아가는 이유였다. 단순한 흉내가 아닌 로렐라이 그 자체가 되어 살아서 다른 이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한편, 창작 뮤지컬의 신화 <레드북>은 8월 2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지금 그 유쾌함과 감동을 직접 얻어 가길 추천한다.